photo/pm5:55 · 2022. 10. 7. 23:00
아직과 오랜만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아직 수의를 입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아직 도배와 몰딩 보수 공사 일정이 남았고 아직 밥솥에 밥을 할 수 없고 아직 똑같은 옷을 돌려 입고 있지만, 오랜만에, 천천히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랜만에, 신문 몇 줄 읽고 오랜만에, 식물에 물을 주고 오랜만에, 저물어가는 저녁놀, 코스모스, 그리고 고양이들을 본다. 어느새 5:55도 춥고 어두워졌다. 나도 모르게 계절이 바뀌었다. 그새 페퍼민트가 죽었다. 공사 내내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 물 없이 말라 가는 걸 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6년 내내 함께한 나의 씩씩한 민트. 여전히 시원한 향이 머물러 있는 바짝 마른 잎을 쓰레기봉투에 담으며, 더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슬슬 ‘집’ 정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