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m5:55 · 2025. 3. 26. 23:09
좋은 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종일 컴퓨터 앞을 못 떠난다. 며칠 째 미세먼지가 최악이라 문을 꼭 닫고 앉았는데, 닫힌 창문 틈 사이로 집회 소리가 스며든다. 이른 아침 농민들의 트랙터가 경찰에게 견인됐다는 소식으로 시작해 저 멀리 진주에서도 지인이 올라왔다는 인사를 전해받는다. 꾹 참고 컴퓨터를 켜는데 뉴스에서는 또 다른 지인이 당한 1200억 원 대 폰지사기 보도가 뜨고, 거대한 싱크홀이 뚫리고, 내란공범이 돌아오고, 번져가는 산불에 인간과 동식물들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만 보인다. 들려야 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심란한 마음에 자꾸만 컴퓨터 너머 창 밖만 쳐다보는데, 골목에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부부가 있다. 못 참고 밖으로 나섰다. 부디 누군가에게는 좋은 날이기를.Goo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