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m5:55 · 2021. 8. 12. 11:56
할머니들
1. 병원에 있을 때, 복대를 차고, 수액과 무통주사, 각종 약들을 매단 채 복도를 걸었다. 2. 항상 같은 자리에 뜨개 모자를 쓴 할머니들이 앉아 계셨다. 북한산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였다. 보통 할아버지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혼자 있는데, 할머니들은 꼭 같이 계셨다. 세 분이 앉아 계실 때도 있고, 두 분이 앉아 계실 때도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 복도를 돌 때마다 할머니들은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복도는 한 바퀴를 다 돌아도 고작 300미터 정도로 길지 않았는데, 한 바퀴씩 돌 때마다 이야기의 주제가 달라졌다. 아침에 뵈었을 땐, 병실에서 처음 만난 사이 같았는데, 저녁에 뵈었을 땐 오랜 친구 같은 분위기가 됐다. 다음 날 아침, 복도를 돌 때도 할머니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셨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