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책, 별
photo/pm5:55 · 2022. 11. 5. 23:00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마주 본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한 관계 속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평등한 언어를 꿈꾸기 때문에 만나서 말한다. 그의 언어 때문에 나의 언어가 휘청거리며 변하고, 나의 언어로 인해 그의 언어도 변한다. 인터뷰가 가지는 가능성이 있다면 기울어진 세상에서 우리가 평등한 언어를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는, 말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말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 안미선 지음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중에서
photo/pm5:55 · 2022. 11. 1. 23:48
분분히 벚꽃이 질 때마다 세월호 참사로 져버린 희생자들을 생각했다. 우수수 낙엽이 질 때마다 이태원 참사로 져버린 희생자들이 생각날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바뀌는 게 없을까? Whenever cherry blossoms fall, I thought of the victims of the Ferry Sewol disaster. Whenever the leaves fall, I will think of the victims of the Itaewon disaster. How can there be no change like this?
photo/pm5:55 · 2022. 10. 30. 23:00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너무 고와서 새벽에 본 뉴스가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진상이 밝혀진 현장은 더 참담했다. 차마 나갈 수 없어 약속을 취소했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슬픔을 나눴다. 믿기지 않는 죽음 앞에서, 어리고 여려서 더 안타까운 생명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 앞에서, 반복되는 인재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단 무력감 앞에서 슬프고, 또 슬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ray for Itaewon. May They rest in peace.
photo/pm5:55 · 2022. 10. 29. 23:24
극락 안에 있어도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다. 가피는 느끼는 자의 몫이라는 주지스님의 말씀. 사찰음식 명장의 손길이 닿은 공양과 함께, 잘 먹고, 잘 쉬고, 잘 놓으며 부처님의 가피를 누렸다. 그리고 2022 종로 문화재 야행-청와대 야행 Jinkwansa Temple Stay
photo/pm5:55 · 2022. 10. 24. 01:20
공사가 끝났다. 하루의 더함도 뺌도 없이 정말 딱 한 달 걸렸다. 한결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The renovation of the house is finished. It really took just a month. May the winter be warmer.
photo/pm5:55 · 2022. 10. 13. 23:59
꽃병이 구워졌다. 크기도, 무게도, 색깔도, 질감도, 단단함도 모두 달라졌다. -동영토+매트백색유약 Vase of flowers
photo/pm5:55 · 2022. 10. 11. 00:35
어째서 책 정리를 하면 이렇게 책이 재미있는데, 정작 정리해놓은 책은 왜 안 읽는 걸까? It's so much fun to organize books, but why don't they actually read the organized books?
photo/pm5:55 · 2022. 10. 9. 23:56
알찬 하루를 보냈다. 여느 해처럼 단골 식당에서 식사도 못했고, 잘 꾸민 케이크도 사지 못했고, 멀리 여행도 못 갔다. 하지만 카펫을 깔고, 커튼을 달고, 책장과 상을 옮기고, 책과 화분의 자리를 찾으며, 비 오는 옥인온실을 꾸렸다. 뚝딱뚝딱 구운 바스크치즈케이크와 작은 초로, 9주년은 따뜻하게, 평화롭게, 반듯하게. Happy 9th anniversary
photo/pm5:55 · 2022. 10. 4. 02:03
집수리가 끝났다.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콘센트를 달고, 실리콘 마감을 했다. 아직 도배를 보수해야 하고, 몰딩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더 큰일들이 많으니 내 마음속에서는 끝내기로 했다. 그리고 지혜로운 이웃 어른들의 도움으로 내년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Day 12 of house repair
photo/pm5:55 · 2022. 10. 2. 23:58
비가 온다. 오늘도 수리하러 못 오신다고 한다. 그제는 어제, 어제는 오늘, 오늘은 내일로 미뤄진다. 청소를 하며 요청사항을 정리한다. 피곤한 일이다. 요청을 해서 좋아질 일과 요청을 해서 나빠질 일을 나눠본다. 일을 맡긴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만큼 일까? 비가 온다. 저녁에 북촌을 걷는다. 가회동 한씨 가옥, 휘겸재에 간다. 아기자기 예쁜 서촌 한옥과 달리 넓고 잘생긴 한옥이다. 오래된 한옥이지만 잘 꾸며진 모습이 오늘따라 더 부럽다. (친일파의 한옥이라는 점은 화가 난다.) 향수 만드는 수업을 듣는다. 스파+워터 자스민+시트러스 그린티. 비 오는 한옥에서 조향하고 있으니 기분 전환이 된다. 향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비가 온다. 아직 집은 엉망진창이지만, 꽃을 꽂았다. 이만큼이라도..
photo/pm5:55 · 2022. 9. 30. 23:59
끝날 줄 알았다. 오늘은 청소를 끝내고 뿌듯해할 줄 알았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장판을 깔고 보일러실 페인트칠을 더하고 커튼봉도 달았다. 하지만 보수할 곳을 남겨두고, 다른 일정이 있다며 가셨다. 순진하게 저녁에 다시 오시겠다는 말씀을 믿었다. 이틀 내지 삼일이면 끝나는 공사라고 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길어지는 걸까. 아직도 텐트 신세라니! 끝날 때까지 정말 끝난 게 아니다. 오후에 청소 용품을 사러 나갔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깔 예쁜 러그를 발견하고 판매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집 공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웃이 정말 많다고 하셨다. 오래된 집이 많은 서촌의 특징을 하나 더 알았다. 우리집만 이런 게 아니라 생각하니 (이름 모를 이웃들께 죄송하지만) 위로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드디어 세탁기를 설치..
photo/pm5:55 · 2022. 9. 26. 00:08
공사가 쉬는 날이다. 하지만 바닥은 양생 중이고, 벽은 말리는 중이다. 신문지를 깔고 배달음식을 먹었다. 한쪽을 쓸고 닦아 생활할 공간을 만든 후, 오랜만에 동네 산책을 나섰다. 그새 새 집들이 많이 생겨 있었다. 새삼 집을 짓는 일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사가 추가되며 예상보다 일주일 가량 기간이 늘었다. 남은 일정도 한 단계씩 잘 진행해 무사히 공사가 끝나기를! Day 4 of house rep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