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m5:55 · 2021. 1. 6. 23:20
시와 함께 살다
술집의 창문들에서 하나씩 불이 꺼져가고 있는 겨울밤의 골목길을 그는 서성거리면서, 불타버린 잿더미를 들추고 하나의 팽이채와 박달나무 팽이를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 빛나는 겨울 아침에 그는 채찍을 다시 한 번 내리칠 것이고, 팽이는 곤충의 날갯짓 소리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 것이다. 그리고 정말 겨울이, 그 추운 겨울이 끝없이 그의 발 빝에서 돌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볼 것이다. - 이어령의 ‘시와 함께 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