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책, 별
photo/pm5:55 · 2022. 10. 14. 23:00
그녀들은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일하고, 노동을 통해 세상과 만나며, 차별에 맞서고 있다. 그 얼굴을 마주하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노동과 노동 아닌 것의 구분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삶에서 그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한 사람이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해내는지 알게 된다. —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의 ‘기록되지 않은 노동: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중에서
photo/pm5:55 · 2022. 10. 13. 23:59
꽃병이 구워졌다. 크기도, 무게도, 색깔도, 질감도, 단단함도 모두 달라졌다. -동영토+매트백색유약 Vase of flowers
photo/pm5:55 · 2022. 10. 11. 00:35
어째서 책 정리를 하면 이렇게 책이 재미있는데, 정작 정리해놓은 책은 왜 안 읽는 걸까? It's so much fun to organize books, but why don't they actually read the organized books?
photo/pm5:55 · 2022. 10. 9. 23:56
알찬 하루를 보냈다. 여느 해처럼 단골 식당에서 식사도 못했고, 잘 꾸민 케이크도 사지 못했고, 멀리 여행도 못 갔다. 하지만 카펫을 깔고, 커튼을 달고, 책장과 상을 옮기고, 책과 화분의 자리를 찾으며, 비 오는 옥인온실을 꾸렸다. 뚝딱뚝딱 구운 바스크치즈케이크와 작은 초로, 9주년은 따뜻하게, 평화롭게, 반듯하게. Happy 9th anniversary
photo/pm5:55 · 2022. 10. 4. 02:03
집수리가 끝났다.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콘센트를 달고, 실리콘 마감을 했다. 아직 도배를 보수해야 하고, 몰딩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더 큰일들이 많으니 내 마음속에서는 끝내기로 했다. 그리고 지혜로운 이웃 어른들의 도움으로 내년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Day 12 of house repair
photo/pm5:55 · 2022. 10. 2. 23:58
비가 온다. 오늘도 수리하러 못 오신다고 한다. 그제는 어제, 어제는 오늘, 오늘은 내일로 미뤄진다. 청소를 하며 요청사항을 정리한다. 피곤한 일이다. 요청을 해서 좋아질 일과 요청을 해서 나빠질 일을 나눠본다. 일을 맡긴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만큼 일까? 비가 온다. 저녁에 북촌을 걷는다. 가회동 한씨 가옥, 휘겸재에 간다. 아기자기 예쁜 서촌 한옥과 달리 넓고 잘생긴 한옥이다. 오래된 한옥이지만 잘 꾸며진 모습이 오늘따라 더 부럽다. (친일파의 한옥이라는 점은 화가 난다.) 향수 만드는 수업을 듣는다. 스파+워터 자스민+시트러스 그린티. 비 오는 한옥에서 조향하고 있으니 기분 전환이 된다. 향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비가 온다. 아직 집은 엉망진창이지만, 꽃을 꽂았다. 이만큼이라도..
photo/pm5:55 · 2022. 9. 26. 00:08
공사가 쉬는 날이다. 하지만 바닥은 양생 중이고, 벽은 말리는 중이다. 신문지를 깔고 배달음식을 먹었다. 한쪽을 쓸고 닦아 생활할 공간을 만든 후, 오랜만에 동네 산책을 나섰다. 그새 새 집들이 많이 생겨 있었다. 새삼 집을 짓는 일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사가 추가되며 예상보다 일주일 가량 기간이 늘었다. 남은 일정도 한 단계씩 잘 진행해 무사히 공사가 끝나기를! Day 4 of house repair
photo/pm5:55 · 2022. 9. 24. 23:00
벽과 천장에 단열 시공을 했다. 단열재를 대고 합판을 대고 방수 석고보드를 쌓았다. 바닥에 보일러를 연결하고 시멘트를 발라 미장을 했다. 공사가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온갖 자재와 기계가 가득했는데, 어느새 대부분 정리됐다. 다음 주에 부분 도배와 장판 시공만 끝나면 내부 공사는 끝이다. 마감이 덜 됐지만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집에 앉아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며칠 만에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큰 금액이 빠져나가는 게 허탈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끝나가고 있어 다행이면서, 마무리 단계인데 미진한 부분들이 있어 속상하면서, 정리하고 청소할 생각을 하면 답답하면서, 들은 것보다 잘 만한 환경이 아니라 불편하면서, 겨울 전에 공사가 끝날 거 같아 감사하다. 덜 마른 시멘트 냄새 ..
photo/pm5:55 · 2022. 9. 23. 16:33
창 밖 풍경이 다르다. 숙소다. 공사가 시작되었다. 단열과 창호 교체, 바닥 보일러 시공을 위해 철거를 시작했다. 기존 벽을 치우고 보니 외단열과 지붕 방수 작업도 필요할 거 같아 함께 하기로 했다. 예산보다 비용이 많이 추가되었고 일정도 늘었지만 따뜻하게 오래 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갑작스러운 추가 지출이지만, 하와이에 여행 다녀올 비용으로 하와이처럼 살 공간을 만드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Day 1 of house repair
photo/pm5:55 · 2022. 9. 22. 00:05
마침내 내일이다! A day before the house repair
photo/pm5:55 · 2022. 9. 20. 23:59
마른 꽃을 한데 모으니 꽤 많다. 종이 상자에 담아두고 공사 끝나고 정리해야지, 마음먹었으나 양이 많아 넘친다. 이번 기회에 싹 버릴까? 담은 것만 남겨두고 버릴까? 꽃 상자를 하나 더 만들까? 겨우 유칼립투스 다발 하나를 버리고, 남은 꽃 하나하나에 담긴 장면들을 추억하고 있다. 아, 망했다! Dried Flowers
photo/pm5:55 · 2022. 9. 18. 23:59
어제 아침부터 답사를 다녀왔더니 그새 몸이 나동그라졌다. 열다섯 시간을 내리 자고 몇 시간을 더 누워 있었다. 창 밖에서 더운 바람과 함께 간간히 나들이 나온 사람들, 교회와 사찰에 온 사람들, 영화 촬영 중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느지막이 일어나 에어컨을 켜고 어제 사놓고 못 먹은 연어와 샐러드를 먹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벌써. 앗! 5시 55분도 지났다. 일요일 저녁이다. 라벤더가 꽃을 피우고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다. Pinnata lave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