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동에 세 번 갔다. 비 오는 평일, 화창한 평일과 주말. 마지막에 혼자 갔을 때, 유난히 볕이 좋았고 오브제로만 보였던 부서진 의자에 할아버지가 앉아계셨다. 칠이 벗겨진 화분의 꽃을 자랑하는 할머니를 만났고, 골목을 오가는 여러 이웃들에게 쓰다듬을 받는 길고양이도 보았다.
충신동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한 곳에 그대로 쌓여 시간의 깊이만큼 깊어진 아름다움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져 볼 수 없는, 실용에 의해 고치고 또 칠하며 덧붙인, 그리고 그 상태로 낡고 녹슬고 해진 색채와 무늬와 질감들이 좋았다. 골목 이웃들이 만들어낸 작위적이지 않은 미적 감각이었다.
그러나 고작 세 번 충신동을 방문했으면서 그곳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편리함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키드였다. 그랬기에 충신동의 불편함이 낯설고 아름답게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다만 검색엔진에 충신동을 입력하면 나오는 수사들을 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낯설고 아름다운 충신동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래서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거시가 아닌 미시를, 구체가 아닌 추상을, 현상이 아닌 본질을 담고자 했다. 앞으로 나는 좀 더 자주 충신동 골목을 거닐 것이다.
Chungsin Tex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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