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m5:55 · 2020. 4. 19. 23:56
안녕히, 구두
몇 해 전 겨울, 친구와 에스파냐로 여행을 갔다.평소 쇼핑을 잘하지 않지만,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이니 ‘ZARA’ 매장에 들려야 할 거 같았다.여행 기분에 이끌려 구두를 샀다. 구두뿐이 아니었다.그 여행에서 옷 가게와 시장, 기념품 가게, 마트를 들러 꽤 많은 물건을 샀다.전부 담을 수 없어 친구의 가방을 빌리고서야 후회를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왔다. 급하게 산 물건들은 대개 문제가 있었다.금방 망가졌고, 늘어났고, 허술했다. 구두는 나의 발 길이보다 10mm나 컸다. 여행의 부기가 빠지고 나니 구두는 훨씬 헐거웠다.뒤꿈치 패드를 붙이고, 두꺼운 양말을 신고도 자꾸 발이 빠졌다.마치 아버지의 구두를 빌려 신은 것 같아 잘 신지 않았다. 이건 여행의 값이었다.평소와 하지 않을 일을 하는 것, 일상에서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