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책, 별
photo/pm5:55 · 2022. 2. 17. 23:00
A가 있어 책상도, 창문도, 저녁 햇살도 모두 사랑스럽게 빛났다. Because there was A at home, the desk, windows, and evening sun all shone lovingly.
photo/pm5:55 · 2022. 2. 16. 23:45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소포를 보내러 우체국을 들렀다 바로 체육센터로 갔다. 수업보다 일찍 도착했다. 보통 수업이 정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잠시 로비에 앉아 기다렸다. 안내소 앞에 두세 명의 아저씨들이 서성였다. 수영은 20분 전, 그 밖의 운동은 10분 전에 사물함 열쇠를 내어준다. 하지만 미리 온 아저씨들은 시간이 차기도 전에 열쇠를 달라고 성화였다. 안내인은 규칙에 맞춰야 한다며 주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러지 않았어!” “오분 더 일찍 간다고 뭐가 달라져!” “그냥 주면 안 돼? 그렇지 않아요?”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반말인 듯 아닌 듯 아저씨들은 다 들리게 투덜거렸다. 5분이 흘렀고, 50분이 되자마자 모두 열쇠를 건네받고 입장할 수 있었다. 오늘 우체국에 간 것은 월요일이었던 친구의 생일..
photo/pm5:55 · 2022. 2. 15. 23:36
다시 추위가 왔다. 기온이 어제보다 8도가량 떨어졌다. 내일은 더 추워질 거라고 했다. 대기는 바짝 얼었지만, 대신 미세먼지가 걷혀 투명했다. 노을 진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일찌감치 나왔다. 정월대보름이다. 몇 년 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참가한 뜨거운 달집태우기가 생각났다. 추운 밤일 수록 함께 모여 꼭 끌어안고 온기를 내야 한다. The moon and the cold.
photo/pm5:55 · 2022. 2. 15. 00:18
비바람이 분다. 따뜻했던 봄기운을 끌어내리는 추위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찬 빗방울이 마구 흩날린다. 이미 부러진 소나무 가지가 바닥에 뒹군다. 가기 싫은 마음을 주섬주섬 외투에 밀어 넣고 밖으로 나선다. 오랜만에 꺼내 신은 운동화 바닥에 슬며시 흙탕물이 스며든다. 제법 새것이라 비 오는 날에 맞춰 일부러 꺼냈는데, 너무 오랫동안 안 신어 밑창이 망가진 것 같다.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더 쓸모를 잃는 법. 새봄이 다 오기 전에 슬슬 움직여야겠다. It's raining and windy.
photo/pm5:55 · 2022. 2. 14. 00:20
접란에 꽃대가 올라왔다. 2년 전, 뿌리도 없이 작고 약한 모습으로 분양받았는데, 이만큼 자라 또 다른 새싹을 틔운다니 놀랍다.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The chlorophytum has a flower stalk.
photo/pm5:55 · 2022. 2. 12. 23:00
아보카도 씨앗에 싹이 나 화분에 심어주었다. 무럭무럭 봄이 자란다. Avocado seeds were sprouted or planted in pots. Spring is growing.
photo/pm5:55 · 2022. 2. 11. 21:55
갈까 말까 하다가 갔다. 역시 가길 잘했다. I was thinking about going or not, but I went. As expected, it's a good thing I went.
photo/pm5:55 · 2022. 2. 10. 23:30
어떤 음식들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그녀는 빅토리아 케이크가 무엇인지 물어왔다. 제과를 배웠지만 잘 몰랐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공부했다. 전문점에 가서 빅토리아 케이크를 먹어 보고, 그에 대해 잘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더 이상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묻지 않았다. 바빠졌기 때문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면서 홀로 남은 나는 꽁꽁 얼어붙었다. 약 반년 만에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마치 가을과 겨울을 건너뛴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쿠킹 클래스 수업을 권했다. 바쁜 그녀 대신 빅토리아 케이크를 만들러 갔다. 꽁꽁 언 나를 꺼내 주고 싶었나 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봄이 오고 있었다. 오후의 햇빛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 부엌이 반짝였다. 두 분의 선생님은 토마토 파시, 에..
photo/pm5:55 · 2022. 2. 9. 23:57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는 합장은 평안을 비는 인사입니다.” 평안을 수련하기 위해 가는 도중 카드 지갑을 잃어버렸다. 외투 주머니 안이 비었다는 걸 깨닫자마자 평안은 깨졌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 가자 숨이 차고 땀이 났다. 시간은 걸음보다 더 빠르게 달아났고,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구루와 같은 A의 조언에 따라 카드 지갑 찾기를 그만두고 다시 갈 길을 갔다. 합장과 함께 시작한 요가는 평안했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캄캄한 길에서 카드 지갑을 찾았다. 마치 떨어뜨린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평안을 주머니에 넣었다. "Gathering your hands in front of your chest is a greeting to pray for peace."
photo/pm5:55 · 2022. 2. 8. 23:52
편지를 받았다. 흰 봉투에 단정하게 우표만 붙어 있는 다섯 번째 편지다. 1월 21일처럼 보이는 27일 자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가 오늘 도착했으니 보낸 날로부터 2주가 지났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면 1초도 지나지 않아 전달되는 시대에 이토록 느린 소통이라니! 가위로 봉투 끄트머리를 살며시 자르자 2주 전 시간이 고스란히 몸체를 드러냈다. 무지 연습장 위에 연필로 눌러 담은 이야기는 분명 과거이나 수취인에게 현재이다. 발신인은 이제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2주 전의 시간은 그곳에서 이곳으로 이동했다. 여섯 통의 편지를 받을 동안 아직 한 통의 답장도 쓰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혹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제 이야기를 돌려줘야 할 ..
photo/pm5:55 · 2022. 2. 7. 23:41
“조금씩 조금씩 수련하다 보면 몸의 아픈 곳을 알아챌 수 있고 다시 되돌릴 수 있습니다.” "If you train little by little you can notice the pain in your body and turn it back."
photo/pm5:55 · 2022. 2. 6. 23:58
부모님이 서촌에 깜짝 방문하셨다. 세수도 못한 채 주섬주섬 옷만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오르려던 인왕산 대신 백사실 계곡을 다녀왔다. 미뤄두었던 자하손만두와 산모퉁이 카페를 들렀다. 좋아하셨다. My parents made a surprise visit to my neighbor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