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살던 작은 세상과 좁은 시야 속에서, 나는 언제나 고난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약자이자 피해자였다. 그러다 길 위에서, 가자 지구와 난민 캠프, 국경을 비롯한 부당한 시설과 그 경계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축사나 도살장에서 남들을 대신해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가축으로 지정된 소, 돼지, 닭이 아닌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왔으며, 일하지 않기를, 집 없이 살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평생 외면하며 살 수도 있었던, 진실을 마주할 여러 번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나는 내게 주어진 수많은 특권을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살아가기로 했다.
-이하루의 ’사회적응 거부선언‘ 중에서
boo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