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이 내 머리를 땋고 있다. 넴의 남편이 창 밖에 앉아 튀긴 닭발을 먹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건넨다. 넴은 친구의 친구 ‘위’의 친척동생이다.
친구 ‘정’은 이번 타이행이 친구를 만나러 온 여행이라고 했다.
목적지가 사람인 여행이라니, 어쩐지 망고찹쌀밥처럼 달고 끈적끈적하다. 여태 다닌 여행이 그 지역의 사회문화를 보고 경험하는 일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바깥보다는 안을, 안에서 맺어지는 관계에 집중하는 여행이다.
저녁이 되자, 친구의 친구인 ‘위’의 엄마와 친척 ‘넴’과 남편이 왔다. 이어 친구와, 친구의 친구가 영국 유학시절에 함께 사귀었던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저녁 식탁이 풍성해졌다. 넓은 대리석 식탁이 꽉 찼다. 다양한 음식이 올라왔고, 왁자지껄 식사를 한다. 영어와 타이어와 한국어가 섞인다.
무척 즐거운데 왠지 모를 감정이 든다. 식탁에 모인 이들이 낯설고, 그들의 추억이 낯설고, 이곳의 언어와 음식이 낯설다. 이 낯섦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가늠한다. 여행은 낯섦을 마주하는 일이니, 제대로 된 여행 중이다.
그 감정은 외로움이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나를 위해 고추를 뺀 음식을 따로 만들고, 낯선 음식이 입에 잘 맞는지 계속 물어봐주는 다정한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외로움은 찾아온다. 나의 외로움이 방해가 될까 조용히 빠져나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야 ‘사람’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 중이다.
-싸이노이 수상시장
2023 Thai Travel 7. Bang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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