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열차 유후인노모리(유후인의 숲)를 타고 유후인에 갔다.
눈 쌓인 유후다케(유후산) 아래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가게와 예쁜 주택이 줄지어 있다. 인왕산 아래 우리 동네 서촌이 떠올랐다. 놀러 나온 한국사람도 딱 주말의 서촌만큼 북적였다.
그래서 또 걸었다. 조금 더 한적한 곳으로, 유후 초등학교를 지나, 논과 밭을 지나, 작은 신사들을 지나, 빽빽한 초록나무 숲을 지나, 기찻길을 지나 ‘인간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기리는 산 속 문학교류공간 분카쿠노모리(문학의 숲)까지 한 시간 남짓 걸었다.
교통안전 깃발을 든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건널목을 건넌다.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들처럼 종종종. 다 건너자 서로 활짝 웃고 손을 힘차게 흔들며 인사한다. 바이바이.
유아차를 끈 엄마는 하교하는 초등학생 아이를 기다린다. 시골길에 간혹 차가 빨리 지나니 아이는 엄마 치마를 꼭 잡고 걷는다. 한참 집을 향해 걷다가 놀이터를 보자마자 뛰어간다. 다다다.
다자이 오사무가 살던 하숙집 주택을 그대로 옮겨와 그가 쓰던 작업실을 꾸민 공간에서 손님은 책을 읽는다. 격자무늬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책갈피처럼 꽂힌다. 가만가만. 책장을 넘긴다.
해 질 녘 유카타를 입고 목욕바구니를 들고 게다를 끌며 흥얼흥얼 아저씨가 공중목욕탕에 간다. 따각따각.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온천에서 피로를 풀 것이다.
관광객이 떠난 긴린코(긴린호수)는 고요하게 노을과 물안개만 머물고, 불빛 하나 없는 밤하늘에는 별만 반짝인다.
걷다 보니 만나는 유후인의 작은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돌아올 땐 콜택시를 불렀다.)
-하카타역
-에키벤 가게
-일 포르노 델 미뇽: 플레인, 고구마, 초코 크루아상
-유후인노모리
-유후인역
-유노츠보 거리: 금상고로케, 시이다케, 고에몬카페 미타라시당고
-분카쿠노모리: 커피, 유즈미츠, 야끼카레, 계절야채피자
-긴린코
-에타비아 온천
2022 Kyushu Travel 3. Fukuoka+ Yuf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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