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날이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한다. 현관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등산화를 신고 오르막이 있는 인왕산 자락길로 갈까, 운동화를 신고 평지인 마을 골목길로 갈까. 어쩌면 방에서 양말을 신을 때부터 고민한 건지도 모른다. 자, 목이 긴 양말에 등산화를 신고 인왕산 자락길에 올랐다. 하지만 갈래길을 만났다. 계속 자락길을 따라 내려갈까, 한양도성길로 내려갈까. 다음 길은 눈이 쌓였을까, 녹았을까. 집으로 돌아갈 땐 이 길이 좋을까, 저 길이 좋을까. 산책을 마치고 다시 현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갈래길 앞에서 고민은 계속된다.
살아간다는 건 고민의 연속이다. 건강과 식탐 사이에서 식사 메뉴를 망설이고, 안위와 도리 사이에서 다음 일정을 망설이고, 무수한 인간관계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망설인다.
결국 고민만 하다 남겨지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갈팡질팡하다 생을 마감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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