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m5:55 · 2022. 8. 16. 23:58
산책자
종일 전화기와 문서를 들여다보다 시계를 보니 5:55이었다. 오랜만에 창밖 하늘에 저녁 빛이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수업에 늦은 거 같아 허겁지겁 청운문학도서관으로 나섰다. 윤동주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산책했다. 북간도에서, 평양으로, 경성으로, 도쿄로, 교토로, 후쿠오카로, 다시 북간도로. 기차를 타고, 전차를 타고, 걸었다. 돌아오는 길,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온전한 ‘산책자(Flâneur)’로 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가까워 올수록 하늘도 바람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더는 하나의 별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에 본 빛이 오래전 풍경처럼 느껴졌다. 내일 전화해야 할 곳들이 떠올랐다. 당분간 현재에 휘둘린 ‘구경꾼’으로 살 거 같다. Wal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