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 보면, 봉기 씨가 본 ‘나라’는 늘 이방의 국가였다. 봉기 씨가 태어났을 때 한국은 이미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다. 미군 지배하의 오키나와에 살던 전후 시절에도 그랬고,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봉기 씨에게 ‘나라’는 이방의 국가였다. 봉기 씨가 ‘나라’라고 할 때 그것은 늘 고향을 의미했을 뿐 국가를 상기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봉기 씨는 ‘나라’를 넘어 이 계곡에서 죽어 간 사람의 영령을 향해 합장했을지도 모른다.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 사이로 구름 낀 하늘이 얼핏얼핏 보였다. 계곡은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어둡다. 봉기 씨를 보니 위태로운 자세로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가와다 후미코 지음 ‘빨간 기와집’ 중에서
‘나라’라는 개념은 얼마나 허상인가.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교육하고 전쟁까지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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