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자기

빚고 깎는 기물마다 사연이 있다.
원치 않는 가르침, 아니 참견으로 빚기 시작한 기물이 있다. 거절을 못한 탓에 흙을 다지고 펴는 내내 부탁하지 않은 연설을 들어야 했다. 따뜻한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얼떨결에 빚어낸 기물은 모양마저 취향이 아니었다.
도예실 공사로 물건들을 정리하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육 개월 내내 집 한 구석에 방치했다. 바닥에 둬 여기저기 부딪힌 탓에 이가 나가긴 했지만, 갈라진 데 없이 멀쩡히 잘 말랐다. 고민 끝에 다시 도예실로 가져왔다.
깎는다. 사실 단단히 굳어서 깎이지 않는 표면을 긁어낸다. 사포와 수세미로 문지른다. 도저히 떼어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들이 가루가 되어 떨어진다. 그렇게 한 달쯤 매만지자 비로소 그 사람 것이 아닌 내 것이 된 기분이 들었다.
구울 준비가 끝났다.

Each pottery made and shaved has a story.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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