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낮

고작 일주일 밖에 나갔다 왔는데 PM5:55의 빛이 달라졌다. 종일 자다 깨다 알람 소리를 듣고 깼다. 일주일 전까지 분명 밤이었는데, 오늘은 저녁이다.

여행 동안 PM5:55에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 몇 년 만에 처음이다. 알람을 맞춰놨지만, 바빠서 진동을 못 느꼈거나, 알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만큼 조금 어려운 여행이기도 했다. 마흔 명에 가까운 문인들과 함께했고, 처음 뵌 분이 대다수였으며, 그중 나는 고등학생 다음으로 어렸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보고 듣고 배운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이 아니었다면 전쟁을 둘러싼 미묘한 한-베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고, 베트남 전쟁이 아닌 항미 전쟁이란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위령비 넘어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며, 친절하고 똑똑한 베트남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 흠모한 분들과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작품을 넘어 인간적인 면모를 보았고, 선입견 없는 태도는 어른의 본이 되었다. 해주신 말씀들도 모두 뜻 깊었다.

밤에서 낮으로 가고 있다. 이제 빛의 시간이다.

It's going from night to day. Now it's time for light.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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