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학 역사 기행 ‘베트남’ 5. 미라이 + 호이안

차를 타고 왕복 여섯시간을 달렸다. 호이안의 예쁜 낮 골목길 풍경과 다낭의 유명관광지 대리석 오행산을 포기하고 도착한 곳은 학살 현장이다. 미군의 비인간적인 폭력이 전 세계에 공개되며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는 기폭제가 된 미라이 학살. 이동하는 동안 관련 자료들을 읽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자료 속 끔찍한 전쟁의 참상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그러졌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떠다니고 논밭에 초록 곡식이 펼쳐져있다. 소는 풀을 뜯고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시골 생활을 했던 선생님들은 어렸을 적 경험한 농어촌 풍경과 똑같다고 하셨다. 이렇게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야만적인 폭력이 벌어졌고 손미 마을과 미케 마을의 504명 비무장 민간들이 희생되었다.
명령을 받고 만행을 저지른 군인들 중 몇몇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사건이 공개되었다. 미국은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베트남 전역에 알려지지 않은 얼마나 많은 미라이 마을들이 있을까? 이름이 묻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
다시 글을 읽고 쑥향을 피우고 춤을 추며 추모제를 지냈다. 글과 향과 춤이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마을 길에 찍힌 군홧발과 크고 작은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마음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 같았다.

호이안으로 돌아왔다. 유유히 강이 흐르고 골목마다 등불이 걸려있어 아름다웠다. 여행객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전쟁이 사라진 일상이 주는 평화이자 아름다움이다.

올드타운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내원교를 구경하고 골목길을 걷고 시장에서 망고를 샀다. 호이안 사람들은 마당에 모여 베트남 대 태국 축구 경기를 보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한국 대 일본 경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 또 어떤 가족들은 문 앞에 나와 설맞이 행사로 종이돈과 종이집을 태우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도 함께 Chúc mừng năm mới!(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쳤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투본강 소원배를 타고 소원 등을 강물에 흘려 보냈다. 건강과 세계여행과 (함께한 시인의) 탈고를 빌며, 속으로 가만히 전쟁 없는 평화를 기도했다.

-항미 유적지 답사
-Son My Vestige Site
-밀라이 마을 미군 학살 현장
-추모제
-My Khe Restaurant
-미케해변 산책
-호이안
-호이안 올레
-호이안 밤 산책: 야시장, 뱃놀이, 소원등, 설맞이

Asian Literature History Travel 'Vietnam' 5. My Lai + Hoi An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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