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수도, 후에에 도착했다. 후에는, 새로 지은 번듯한 건물과 넓은 거리의 다낭과 달리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기품 있는 건물과 이야기가 있는 좁은 골목이 아름다운 옛 도시였다.
버스를 타고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프랑스 식민시대 유럽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은 카이딘 왕릉과 불교탄압에 저항에 소신공양했던 틱광득 스님의 티엔무 사원, 그리고 150년간 응우옌 왕조의 궁이었던 후에왕궁을 차례차례 둘러보았다. 멋들어진 식당에서 베트남 궁중식으로 점심을 먹고 한식으로 (한국에서도 못 가본 캠핑 콘셉트 식당을 여기서 가다니!) 저녁을 먹었다. 정말 알차게 다녔다. ‘다 같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깊게 느낄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혼자였다면 고즈넉한 후에 왕궁을 걷고 또 걷고, 구불거리는 골목을 걷고 또 걷다 허름한 식당에서 분보후에(후에소고기쌀국수)를 먹었을 것이다. 물론, 왕궁 한 곳 밖에 못 보고 국수 한 끼 밖에 못 먹었다며 다른 아쉬움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잘 짜인 단체 여행도, 예상외의 일이 벌어지곤 한다. 여행은 여행이니까. 자유여행 시간에 흐엉지앙강가를 밤산책했다. 후에의 청춘들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청춘, 막 연애를 시작한 청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청춘들. 걷고 또 걷던 중 갑자기 한국의 청춘을 만났다. 도통 한국어를 들을 수 없는 곳에서 한국어가 들리지 말을 걸었다는 한국의 청년 여행자였다. 꽤 늦은 밤이었지만, 함께 카페로 이동해 그의 한 달 살기를 들었다. 호스텔에서 머물며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게임을 하고 로컬식당에 세끼를 먹으며 오천 원도 안되는 돈으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그의 여행은 지금 나의 여행과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종이의 서로 다른 양면처럼.
밤 열두 시 가까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넓은 정원에서 뒤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반갑게 불러줘서 예상치 않은 자리를 함께 했다. 술을 마시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불었다. 누군가 불 꺼진 거리에서 이름 모를 현지 음식을 사 와 나눠먹었다.
오롯이 함께 여행이다.
-카이딘왕릉
-Nhà hàng Hoàng Mai (Hoang Mai Restaurant): 베트남 궁중식
-티엔무사원
-후에 왕궁
-호치민박물관
-SOUL: 한식
-워킹스트리트: by trang
-향강 강변 산책
-하이랜드
-뒷풀이
Asian Literature History Travel 'Vietnam' 3. Danang +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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