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창 밖으로 하얀 눈이 펑펑 내린다. 눈이 온다. 꽃이 잔뜩 핀 화분을 할머니가 급히 옮긴다. 눈이 온다. 빨간 단풍잎이 하얗게 옷을 갈아입는다. 눈이 온다. 파란 하늘 아래 떨어지는 눈이 검은 바다가 녹는다. 눈이 온다. 온천의 도시, 벳푸에 눈이 온다.
생각하지 못한 눈이 오는 날씨는 마음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어려움 역시 날씨였다. 한국에 비하면 따뜻하지만 습도가 높아서 체감온도가 훨씬 낮았다. 얇은 코트 안에 입을 수 있는 모든 옷을 껴입고 다녔다.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더 많이 걷고, 보고, 노천 온천도 했을텐데 아쉬웠다. 아, 후쿠오카에도 눈이 올까?
주말이라 예상보다 길이 막혔다. 한 시간가량 늦게 늦은 오후에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올드 타운의 사찰은 모두 문을 닫았다. 구시다 신사를 들렸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검을 보관하고 있는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곳. 좀 더 준비를 하고 왔다면, 윤동주가 숨을 거둔 후쿠오카 형무소와 백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초지도 가보았을 텐데. 여행의 끝에 다다를수록 아쉬움만 커진다. 그러고보니 나도 J다. 조금 헐렁하지만.
후쿠오카의 전통 음식 ‘미즈타키’로 식사를 하고 나니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벳푸 기타하마
-하카타 버스터미널
-기온테이: 돈카츠 정식, 돈테끼 정식
-올드타운 산책
-하카타 천년문
-구시다 신사
-하나미도리: 아지 미즈타키 정식
2022 Kyushu Travel 6. Beppu + Fuku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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