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이 여행의 시작은 사실 일 년 전부터, 아니 삼 년 전부터 출발했는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한 중국 여행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나가지 못했다. 우리는 자주 생각했다. 어쩌면 늘 생각했다. 이 팬데믹이 끝나면 가장 먼저 어디로 갈까? 원래 가려고 계획했던 포르투갈? 튀르기예(그 사이 국호도 바뀌었다)? 조지아? 아니면 역시 태국? 그리고 치사율이 낮아지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꿈꾸었다. A는 이미 일 년 전부터 만료된 나의 여권을 재발급하라며 재촉했다. 특가표가 나올 때마다 아쉬워했다. 나는 불안했다. 하지만 이달 초 전혀 다른 이유로 여권을 재발급받자 A는 물었다. 일본 어때요? 일본! 가깝고 문화도 비슷한 편이니 괜찮을 거 같아요. 그렇게 며칠 전 A는 후쿠오카행 특가표가 뜨자마자 샀다. 어디있는 지역 인지도 모르면서. 그러고 보니 내 지난 여권의 첫 도장도 간사이와 후쿠오카 공항이었다. 덕분에 무척 오랜만에 다시 일본에 간다.
확신의 J에서 P가 될 거라던 A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지난밤 숙소를 다 예약하고 오늘 야근을 마친 후 <2022 큐슈 산보>라고 적힌 계획표를 들고 나타났다. 천성이 체력을 이겼다. 이번에도 알찬 여행이겠다.
내일 낮부터 일주일 간 서울에 한파가 온다고 한다. 눈 쌓인 인왕산 대신 초록의 유후다케를 볼 것이다. 나의 서촌이, 나의 다정한 이웃들이, 나의 안온한 옥인온실이 잘 있기를 바라며, 잘 다녀오겠습니다!
2022 Kyushu Travel, D-d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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