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아직 수의를 입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아직 도배와 몰딩 보수 공사 일정이 남았고
아직 밥솥에 밥을 할 수 없고
아직 똑같은 옷을 돌려 입고 있지만,
오랜만에, 천천히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랜만에, 신문 몇 줄 읽고
오랜만에, 식물에 물을 주고
오랜만에, 저물어가는 저녁놀, 코스모스, 그리고 고양이들을 본다.
어느새 5:55도 춥고 어두워졌다. 나도 모르게 계절이 바뀌었다. 그새 페퍼민트가 죽었다. 공사 내내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 물 없이 말라 가는 걸 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6년 내내 함께한 나의 씩씩한 민트. 여전히 시원한 향이 머물러 있는 바짝 마른 잎을 쓰레기봉투에 담으며, 더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슬슬 ‘집’ 정리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Not yet" and "After a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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