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섰다. 어김없이 귀여움을 받고 있는 수성동 계곡 고양이들을 만났다. 한 남자가 간식과 장난감을 들고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갑자기 이사 오기 전 자주 만났던 정동길 라일락 골목 고양이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날씨가 좋아 정동길 고양이들을 보러 갔다. 보러 갈 때마다 자리에 없어 못 만났는데 다행히 오늘은 그 자리에 있었고, 감사하게 누군가에게 보살핌과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지난가을에 봤을 때보다 훌쩍 커 제법 어른 태가 났다. 손바닥보다 작은 몸으로 야옹야옹 울며 따라오던 아기 시절이 생각났다. 고양이들은 이제 새로운 이름과 집과 양식을 얻어 더 나아 보이는 묘생을 살고 있었다.
이락은 사람 손 타는 걸 엄청나게 싫어했는데, 살아가는 법이라고 생각했는지 살짝 쓰다듬어도 포기한 듯 가만히 있었다. 물론 세상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사람을 좋아해 알아서 품 안으로 쏙 안기 전 일락은 밥 먹는 데 열중이었다. 얼굴부터 꼬리까지 온몸을 쓸어주자 손길을 즐기며 계속 식사를 했다. 여전히 이락은 의젓하게 새침하고, 일락은 애교 많은 개구쟁이다. 씩씩하게 한파를 이겨낸 고양이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오늘처럼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길 바라.
I hope you have a warm winter lik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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