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이사 동안 가장 큰 짐은 역시 책이었다.
이삿짐 업체 대표님은 매번 책이 얼마나 더 늘었는지 물어보셨고, 늘어난 책의 개수만큼 나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지난여름 이사를 끝내고 도저히 책을 쌓아둘 데가 없어 팔기로 결심했다. 몇 권을 골랐지만 다 읽고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서지도 못했다. 다시 보니 빼놓은 그 몇 권은 아직도 몇 장 뒤적이다 덮어둔 상태다.
다시 팔 책을 고르다가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했다.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책을 읽지 않으면서 왜 책에 욕심을 낼까?
쌓아둔 책들이 쓰러지면 어떡하지?
여섯 권을 다시 골랐다. 그중 완독을 한 책은 두 권 밖에 없었다. 슬펐다. 마저 읽고 팔고 싶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다.
자포자기 상태로 고른 여섯 권을 들고 책방으로 갔다.
책을 팔고 나니 후련했다. 하지만 이내 최근 나온 책들 사이에서 살까 말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오는 길, 올려다본 하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힘내라
나의 오늘
그리고 내일”
아무래도 첫 번째 새해 계획은 ‘책 읽기’로 해야겠다.
My first plan for the new year is to read a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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