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서 출발해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안산에 다녀왔다.
다리를 분기점으로, 인왕산과 안산, 아파트 단지와 한옥마을, 영천시장과 통인시장은 서로 참 달랐다.
서촌에 오기 전, 무악재 너머 아파트를 보러 갔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그곳은 따뜻하고 깨끗해 보였다. 층이 높아 전망도 좋았다. 가까운 시장은 싸고 싱싱한 먹거리가 가득했다. 부동산은 서울에서 이만한 가격의 아파트는 다시 없을 기회라며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그날 밤이 지나기 전에 그곳은 팔렸고, 지금은 값이 무척 오른 것 같다.
하지만 딱 한 번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아파트를 보고 왔지만,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동안 만난 모든 부동산 중에 가장 친절했던 중개사가 단지의 다른 매물을 추천해줬지만, 거절했다. 대신 지인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서촌의 오래된 집을 찾아다녔다. 골목 구석구석 한옥과 연립과 단독주택을 여러 번 봤다.
그리고 옥인온실로 이사 왔다.
낡고 오래됐다. 물가가 비싸다. 관광객이 많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이기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이곳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역사와 문화와 예술과 이야기가 있다. 아파트나 새집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
영천시장에서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잔뜩 사서
다시 인왕산 아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때 그 아파트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거기가 아닌 여기가 좋다.
I like it here, no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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