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켜켜이 쌓였다.
아니 절망이란 걸 할 만큼 열정도 흩어졌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올라가는 조카에게 소원을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시대에 계획을 세우고 소원을 비는 일은 얼마나 덧없는가.
산책을 나갔다. 인왕산 선바위를 올랐다.
‘기도 정진하는 자는 꼭 소원을 이룬다’는 기도 바위의 명성에 걸맞게 몇몇 사람들이 바위 아래 촛불을 켜고 향을 올리며 절을 하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새해 저녁의 찬 바람을 맞으며 돌바닥에 백팔배를 하는 사람에겐 어떤 소원이 있는 걸까?
그 간절한 치성 앞에 나의 덧없음이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평온한 우울을 헤치고 작은 소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산 아래 소원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는 2021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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