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만담


성북동에 새 집을 보러 갔다.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오래되고 낡은 집에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다.

차갑게 쏟아지는 진눈깨비를 피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내 나이보다 더 오래된 장롱과 서랍장,

손때 묻어 반들거리는 나무 문지방과 때 낀 유리창이 의기양양하게 세월을 자랑했다.

신을 신고 들어가야 하는 부엌에는 부뚜막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바깥에 따로 위치한 화장실 위에는 장독대가 놓여 있었다.

낯설었다.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처음 만난 할머니는 마치 손주에게 이야기를 하듯 인생사를 털어놓으셨다.

결혼 후 월셋집을 전전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큰돈을 벌어와 이 집을 마련하셨다며 자랑스러워하셨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눈이 그치고 거짓말처럼 봄볕같은 햇살이 빨랫줄 위로 내리쬤다.


무채색의 지하철에서 예기치 못한 지상의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I went to Seongbuk-dong to see my new house.

In an old, old house with no city gas, grandmother lived alone.

I quickly went into the room to escape the cold sleet.


The wardrobe and drawers older than my age,

the wooden threshold, and the glazed window proudly boasted the years.

In the kitchen, where shoes were to be worn, there were traces of a butthole,

and a pole was placed on top of the bathroom, which was located separately.

It was strange. It was a very strange scene.


The first grandmother I saw today told me her life story as if talking to her grandson.

The grandmother boasted long ago that her husband had amassed a fortune in Saudi Arabia to build a house.


At the end of the story, the snow stopped and the spring-like sunshine fell into the yard.


There are times when you encounter unexpected ground scenery on a colorless subway.

Today was such a day.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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