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부산 3

부산에서 잘 곳이 없었다. 급히 숙소를 예약한 탓도 있지만, 평소 숙소 가격의 네 배 이상 비쌌다. 그마저도 방이 없었다. 담배 냄새가 찐득한 몹시 허름한 (그렇지만 가격은 허름하지 않은) 숙소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급히 하루를 시작했다. 덕분에 성치 않는 몸을 끌고 걷는데, 자갈치 시장 근처에 나보다 성치 않는 건물이 있다. 곁에 지나시던 어른에게 무슨 용도로 썼던 건물인지 여쭤보니,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원래 우리가 서 있는 곳까지 바다였고,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산에 와서 이 바다를 헤엄치며 놀았고, 그때 건물 앞에는 점쟁이가 가득했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당시 몹시 크고 웅장했다고. 이제는 매립해 버려 차도가 된 폐건물 앞에 서서 그 옛날을 잠시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자꾸만 자동차가 지나갔고,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카페를 찾아 영도다리를 건넜다. 5년 전 부산에 왔을 때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해 다시 오면 꼭 가봐야지 했던 카페는, 이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결국 커피 냄새만 맡고 나왔다. 직원은 작고 아담했던 본점도 꽤 큰 건물이 되었다며 소개했지만 어쩐지 다음 여행 때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을숙도는 산업화 시기 도시난개발로 인해 쓰레기섬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생태섬으로 변화했다.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는데 잘 가꿔진 도심 공원 같았다.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쉬고 있었다. 새를 만나기 위해 탐조대와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갔다. 탐조대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었고, 에코센터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민물가마우지 31명, 왜가리 2명, 흰뺨검둥오리 72명, 중대백로 5명, 큰고니 2명, 청머리오리 1명. 오늘의 새들이 창 밖 저 멀리 습지에서 노닐었다. 인간이 다가갈 수 없게 막아두어서 평화로워 보였다. 언제부터 인간은 가까이 가기만 해도 자연를 망치는 존재가 되었을까?
낙동강 하구를 따라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왔다. 이곳도 한때 세 차례에 걸쳐 매립을 추진했던 곳이다. 다행히 주민들이 막아내었고 지금의 아름다운 조간대를 간직하게 되었다. 만약에 막지 못했다면 여기는 어떤 차가운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섰을까? 해 질 녁 모래밭에서 결혼기념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들을 배경으로 두고 오래오래 맨발로 걸었다.

<고등어정식>
<모모스커피 로스터리&커피바>
<마루가메 우동 광복점>
<부산현대미술관>
<을숙도>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다대포 해수욕장>
<88활어>

2026 Busan Trip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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