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시간 반을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5년 만에 듣는 전철 들어오는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랐다. 캄캄한 지하에 파도가 철썩이고 갈매기가 울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산복도로를 달려 황령산으로 갔다. 길지 않은 시간 숲을 걸었지만, 곰솔과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 벚나무, 참나무들을 비롯한 나무들로 가득한 초록 숲을 만날 수 있었다. 제법 남쪽에 있는 산이라 잎이 넓고 두터운 이름 모를 활엽수도 많았다. 숲을 지나 전망대로 가는 길에 다양한 새소리를 들었다. 솔부엉이와 소쩍새, 뻐꾸기. 인왕산에서 자주 들은 뻐꾸기 소리만 겨우 알아챘다. 네 개의 구가 공유하는 산이라 전망대도 모두 네 곳이나 되었다. 모든 전망대에는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릎 베개를 하고 누운 연인들,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는 가족들, 히잡을 쓰고 깔깔 거리는 친구들, 삼각대를 들고 나와 촬영 중인 사진사들. 다양한 언어들이 떠다녔다. 여행지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숲과 새, 노을, 여행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이곳에 건설하겠다는 530미터의 케이블카와 25층짜리 전망대다. 다시 깜짝 놀랐다. 택시를 타고 올라온 전포동부터 걸어서 지나온 숲과 꼭대기 전망대까지 모두 케이블카가 지날 곳이라니!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부산 시내는 이미 숨쉴 틈 없이 고층 아파트로 빽빽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나무들은 모두 베어질 것이고, 새들은 집을 잃을 것이며, 여행자들은 돈을 내고 산에 올라와 비싼 타워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야경을 보게 될 것이다.
내려오는 길, 물이 많은 산 밑이라 이름 지어진 물만골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사방공사로 인해 이미 물이 말라버렸다는 황령산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게 되면 더욱 메마르고 황폐한 산이 될 것이다. 그때는 물만골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하산해 서면 바보주막에서 첫 끼로 봉하쌀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막걸리는 달고 시원했지만 마음은 마냥 씁쓸했다.
부산서부(사상)터미널 🚌
<부산그린트러스트>
<황령산 답사>
<바보주막>
2026 Busan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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