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장총을 든 군인들이 보인다. 예전 청와대 앞에서 본 적이 있지만 역시 총은 낯설다. 타지에 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페리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아시아 지구로 간다. 극동이라 일컬어지는 곳에 사는 사람으로, 한 나라에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게 낯설다.
아시아 지구에 도착하니 장총을 든 군인들이 꽤 많다.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팔레스타인과 지리적, 종교적으로 더 가까운 튀르키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전쟁을 반대한다. 내가 집을 떠나 여행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집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현지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쳉겔쿄이를 거닌다. 식사와 간식을 사 먹고 골목을 산책하는 동안, 아시아인이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다시 해협을 건너 숙소가 있는 유럽 지구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밤산책을 나선다. 유적지가 많은 곳이라 장총을 든 군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장갑차도 보이고 바리케이드도 있다.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군인 한 명이 튀어나와 뭐라고 한 단어를 외친다. 전혀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니 장갑차 쪽으로 인도한다. 바리케이드가 열리고 불빛 하나 없는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도망가야 할까? 군복이니 믿어야 할까? 이제라도 뛰어야 할까? 엉겁결에 들어서니 덩치가 몹시 큰 군인이 한 손에 푸른 칼을 쥐고 있다. 다른 한 손은… 멜론이다! 그러니까 ”멜론“을 외치며 나눠먹자며 구석으로 초대한 것이다. 상황 파악이 되고 다 같이 크게 웃는다. 번역기를 돌려 보여준 글에는 “우리 선배들은 한국 전쟁에 참여해서 많이 전사했다. 한국을 특별하게 여긴다.”라고 쓰여있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헤어지는 찰나 “한국을 사랑한다”는 글을 다시 보여준다. 정이 넘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형제의 나라’.
모든 걸 파괴하는 전쟁 속에서 어떤 감정들은 피어나고, 낯선 풍경 속에도 익숙함들을 만난다.
<Sa Va Anatolian Breakfast House> 카흐발티
철도박물관
에미뉘니 페리 선착장
위스퀴다르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아시아 지구 Çengelköy
<Pasta Al Dante Çengelköy> 파스타
<Midyeci Ahmet Çengelköy> 미디예 돌마
할아버지네 과일가게
<Hafiz Mustafa 1864 Eminönü> 바클라바, 차이
구시가지 밤산책: 멜론
Türkiye Travel 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