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자연 앞에 서면 그동안 서울의 작은 방에서 고민해온 것들이 실은 사소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얀 석회로 빚어진 거대한 파묵칼레는 따뜻한 빙하처럼 신비롭기만 하고 사람들은 작고 까만 개미처럼 보인다. 파묵칼레에서 내려오자 하교하는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크고 높고 하얀 산을 보고 자란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얀 산 따위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으니 늙은 눈동자는 게임 테이블 위 주사위를 쫒는다. 끊임없이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차이잔이 쌓여가는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게임 ‘오케’를 한다. 슬그머니 빈 테이블에 앉아 튀르크 카흐발시를 시켰다. 터키쉬 커피의 본래 이름이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으니 모든 눈동자가 이방인을 향하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메르하바! 인사 한 번에 눈동자들은 다시 게임 테이블로 돌아간다. 어쩌면 파묵칼레에서 자란 아이는 크고 높고 하얀 산을 넘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오디케아 고대 도시를 둘러보고 어두워지기 전에 다시 이즈미르로 돌아가기로 한다. 5시 55분. 잠깐 사진을 찍기 위해 낯선 마을에 차를 세운다. 다시금 모든 눈동자가 쫓아온다. 인사를 하니 이번에는 차이를 대접해준다. 여전히 말이 안 통하지만 이름과 하는 일을 나누고 뜻모를 대화를 한다. 대화 끝에 석류 한 봉지를 받았다. 지나가는 석류 트럭을 보고 엄지 손가락를 치켜세웠을 뿐인데, 오토바이를 타고 선물을 사왔다. 지금껏 여행에서 만난 따뜻한 이들에 Güzelköy 마을 이발사 이스마일의 얼굴도 더해졌다.
<파묵칼레> 🎟
<ONUR RESTAURANT> fish cupra, menemen, ayran
카페 <DOSTLAR KIRAATHANESI> 터키쉬 커피
<라오디케아 고대 도시> 🎟
Güzelköy(귀젤쿄이)에서 이스마일과 티타임
<Kılıç AirPort OTEL>에서 하아룬, 부그라와 티타임
Türkiye Travel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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