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이십일 전에 도배한 면과 오늘 도배한 면 사이에 선이 생겼다. 같은 벽지도 생산일과 시공일에 따라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고 하셨다. 풀에 젖은 벽지가 완전히 말라봐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법. 벽지가 다 마르고 선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한 요구이고,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무리한 요청일까. 이 선까지만 도배하면 되는 걸까, 저 선까지도 도배해야 하는 걸까. 공사는 보이지 않는 선을 가늠하고, 보이는 선을 지우는 일 같다.
공사를 시작할 땐 PM5:55가 환했는데,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다. 캄캄해지기 전에 끝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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