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삶이 평안하다.”
도무지 평안하지 못하다. 집수리 2일 차. 집을 잃고 헤매는 중이다.
창호를 교체하는 날이다. 도로 사정 때문에 사다리차가 두 번 와야 했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왔다. 춘분을 기념할 만큼 내리고 그쳤지만, 하필이면 기존 창호를 제거했을 때 딱 맞춰 내려 빗물이 집 안으로 다 들이닥쳤다. 얼룩덜룩. 따로 도배와 바닥 공사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너무하다. 평소에 하지 않은 물청소를 한 셈 치기로 했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덕분에 살림에 씌워둔 보양 비닐이 다 날아가 책 한 권마다 그릇 하나마다 공사 먼지가 소복하게 쌓였다. 공사가 끝나면 미루지 말고 대청소를 하라는 하늘의 계시로 삼기로 했다.
어제 오후에 진행한 가스배관 공사를 확인하고,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날이 개 숙소 창문으로 하늘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개질 않는다. 공사 전날부터 시작된 피로와 자꾸 생겨나는 문제들, 이 와중에서 새로 시작한 수업 때문에 삶이 심란하고 복잡하다. 다 때려치우고 보송보송한 호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평화’를 강조하는 점심 식당에서 본 글귀가 생각났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삶이 평안해진다”는 내용과 요가 자세를 취한 그림이었다. 티베트 난민과 연대하는 가게다. 그들의 떠 도는 삶을 생각하면 나의 유랑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든 공사는 끝날 것이고, (많은 돈을 들여) 문제는 해결될 것이며, 새로운 수업은 적응할 것이다. 매일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여든여덟 번째 요가를 수련하러 갔다. 가는 길에 올려다 본 하늘이 평안했다.
Day 2 of house rep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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