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내고 구청에 갔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근처 카페로 이동해 업체와 전화로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 또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몇 달째 진행 중인데 아직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야기들을 모아 서류를 수리한다. 조금 더 따뜻한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이 이토록 멀고 험난한 길로 연결될지 몰랐다. 비극이다.
카페는 고층에 있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맑은 하늘 아래 잘생긴 경복궁과 아기자기한 서촌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멀리 집이 보였다. 옥인온실이다. 풍경 속의 집은 안산과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에 둘러 쌓여 포근해 보였다. (사실 그래서 춥다) 마치 속세의 걱정 따위는 미치지 않는 곳 같았다. 멀리서 보니 희극이다.
집을 수리하는 건 마음을 수리하는 일 같다. 일을 진행하며 너덜너덜해진 견적서 같은 마음을 뜯어내고 다지고 교체한다. 오늘의 수리 도구는 좋은 풍경과 커피 한 잔이다. 준공일쯤이면 집도, 나도 한결 좋아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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