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과 전등, 그리고 할머니

이웃 할머니네 공사가 끝난 거 같다. 며칠 전에, 아니 몇 주 전에. 더는 드릴 소리도, 망치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제 할머니네 집에도 불이 켜져 있다.
하지만 맡기고 가신 난을 가지러 오질 않으신다. 물은 안 줘도 된다고 하셨지만, 벌써 두 달째, 시들어가는 잎을 볼 수 없어 두 번이나 물을 줬다.
드디어 산책을 나서는 길에 할머니를 뵈었다. 공사와 함께 꺼져버린 공용 전등을 고치러 나오셨다고 했다. 두 달 만에 불이 활짝 켜졌다. 다행이다. (어째서 이 전등은 주변에서 공사만 하면 불이 꺼질까?)
하지만 역시 난은, 아직 보따리를 다 못 풀었으니 더 갖고 있으라고 하셨다. 이러다 그 어렵다는 꽃을 보는 게 아닐까?

Orchids, lanterns, and grandma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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