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정성을 다해 흙을 빚는다. 흙덩이는 하나인 듯 보이지만 실은 고운 입자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고운 것들을 한데 뭉치고 흩어 하나의 무엇을 만든다. 흙은 예민하다. 냉방기 바람에도 표면이 갈라진다. 갈라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매끈하게 만든다. 아직 굳기 전이라면 수정할 수 있다. 적당히 말린 후 두께가 다른 부분을 깎는다. 모난 부분일수록 더 많이 깎아야 한다.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면 깎아낸 흙을 잘 털어내고 이름을 새긴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대로 잘 마를 줄 알았는데 귀퉁이가 깨졌다. 공기가 들어간 부분이 깨졌을 수도 있고, 갈라진 부분이 터졌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것은 쓰지 못한다.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것을 주워 집으로 왔다.

흙은 마음이다. 사람이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몸이 아닌 마음일 것이다. 고운, 모난, 깨지는. 애써 메운 부분이라도 입자가 잘 섞이지 못하면 결국 터지고 만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구우면 약한 쪽은 이지러지고 어긋난 쪽은 깨진다. 어째서 인간을 흙에서 태어났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Pottery time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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