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도, 짧은 여행도 마지막은 늘 아쉽다. 제주에서 마지막 날이다. 날이 흐려 해수욕 일정을 취소하고 산굼부리에 올랐다. 비바람이 친다. 우산이 망가졌다. 덩달아 다음 여행지인 홍도, 흑산도 가는 배가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흠뻑 젖은 채로 빌린 차를 반납하고 제주항으로 가는 택시를 타니 해가 난다. 기사님은 제주 땅이 좁은데 산이 높아 동서남북의 날씨가 다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다. 실제로 오늘 제주에는 강풍주의보, 풍랑주의보, 폭염주의보가 지역 별로 동시에 내렸다. 남쪽 산지를 우중 여행하는 동안, 북쪽 해안가는 가뭄이었다고 한다. 반짝반짝, 아쉬운 제주를 두고 떠난다.
제주항에서 몇십 년째 멀미만 파셨다는 약사님께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멀미약 칵테일을 처방받고 목포로 가는 퀸메리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풍랑주의보 안내방송과 함께 출렁이는 4시간 30분을 지나 겨우 목포에 도착했다. 어두운 목포의 밤을 걷는다. 바람에 짠내가 실린다. 당장 내일 갈 곳도, 묵을 곳도, 차도 없지만 걷는다. 오늘 묵을 곳은, 우리나라 첫 번째 마을협동조합 펍에서 운영하는 숙소이다. 웰컴 드링크로 학꽁치, 아귀포를 곁들인 시원한 생맥주가 나왔다. 한 잔 쭉 들이켜니 승선의 피로가 싹 풀린다. 처음 발 디딘 목포의 첫인상이 좋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불면 부는 대로, 해가 나면 나는 대로, 다 좋을 것 같다. 부드러운 맥주 거품처럼 제주의 마지막과 헤어지고 온전히 목포의 첫날로 녹아든다.
-도렐 플레이스캠프 제주 본점: 너티클라우드, 캐그
-산굼부리
-산도롱맨도롱 제주공항점: 갈비국수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
-퀸메리호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
-1897건맥펍/건맥스테이: 바다피자 2022
OginOnsil Summer Blues 4. Jeju-Mok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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