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다. 친구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지막에 걸맞은 옷차림이다. 우리는 헤어짐을 맞아 함께 북촌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다. 이곳에 있을 때 더 자주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내일부터 출근할 새 근무지에서 입을 새 옷을 선물하고 헤어졌다.
춘추관 앞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유난히 청와대 앞이 북적이는 게 느껴졌다. 부속 건물마다 문이 열려 있었고, 커다란 취재 카메라를 들고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도 유난히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했다. 확실히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분수대 앞에는 우리보다 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파랑 풍선과 모자를 쓰고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갑자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퇴임식이 끝나고 자정이 지나면 이곳, 청와대는 더는 그곳이 아니게 될 것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The time was coming to an end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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