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나면 다채로운 마음이 든다.
지난주에 추가된 엄마의 병원 검사는 점점 불어나더니 급기야 진료과가 추가되고 더 많은 예약이 줄줄이 늘었다. 처음에는 같이 가주면 좋지, 였는데, 이제는 꼭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종합병원에 가면 엄마의 귀는 어두워진다. 복잡한 시스템과 어려운 용어, 사무적인 설명은 자꾸 정신을 흐리게 한다. 특히, 기계로 대체된 비대면 업무 앞에서는 눈도 어두워진다. 의지할 자식이 옆에 있으니 더할 것이다. 덕분에 내 귀는 쫑긋해지고 내 눈은 날카로워지고 내 마음은 짜증이 난다.
귀찮은 마음, 화가 난 마음, 애처로운 마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잘해주고 싶은 마음, 씁쓸한 마음, 미처 인식도 못하고 있는 작고 다채로운 마음들.
하지만 엄마도 그랬겠지. 밥을 해서 먹여주고, 옷을 골라 입혀주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아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대신하며 그런 마음을 가졌겠지.
우리의 자리가 점점 뒤바뀌고 있다.
My mother and I are changing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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