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들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그녀는 빅토리아 케이크가 무엇인지 물어왔다. 제과를 배웠지만 잘 몰랐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공부했다. 전문점에 가서 빅토리아 케이크를 먹어 보고, 그에 대해 잘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더 이상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묻지 않았다. 바빠졌기 때문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면서 홀로 남은 나는 꽁꽁 얼어붙었다.
약 반년 만에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마치 가을과 겨울을 건너뛴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쿠킹 클래스 수업을 권했다. 바쁜 그녀 대신 빅토리아 케이크를 만들러 갔다. 꽁꽁 언 나를 꺼내 주고 싶었나 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봄이 오고 있었다.
오후의 햇빛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 부엌이 반짝였다. 두 분의 선생님은 토마토 파시, 에그 베네딕트, 빅토리아 케이크 만드는 모습을 시연했다. 실온에 두어 적당히 말랑해진 버터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요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렸다.
빅토리아 케이크를 포장해왔다. 냉장고에 살짝 넣었다 꺼낸 케이크는 단단한 식감에 풍부한 버터크림과 상큼한 라즈베리 잼이 잘 어울렸다. 겨울 같이 차갑고 봄처럼 산뜻한 맛이었다.
Some foods remind me of some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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