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편지

편지를 받았다.
흰 봉투에 단정하게 우표만 붙어 있는 다섯 번째 편지다. 1월 21일처럼 보이는 27일 자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가 오늘 도착했으니 보낸 날로부터 2주가 지났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면 1초도 지나지 않아 전달되는 시대에 이토록 느린 소통이라니!
가위로 봉투 끄트머리를 살며시 자르자 2주 전 시간이 고스란히 몸체를 드러냈다. 무지 연습장 위에 연필로 눌러 담은 이야기는 분명 과거이나 수취인에게 현재이다. 발신인은 이제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2주 전의 시간은 그곳에서 이곳으로 이동했다.
여섯 통의 편지를 받을 동안 아직 한 통의 답장도 쓰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혹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제 이야기를 돌려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곳의 시간을 그곳으로 보낼 차례다.

I received a letter.
It is the fifth letter with only stamps neatly attached to the white envelope.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이미지 맵

    photo/pm5:55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