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깜짝 방문을 하고 간 뒤, 집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무렇게나 쌓인 책들, 둘둘 말아 구겨 넣은 옷들, 여기저기 말라가고 있는 꽃들, 여행 때마다 사 모은 소품들, 자리를 못 잡은 식물들, 바닥과 선반 곳곳의 티와 먼지.
비로소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도통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행 가기 전날 그냥 버리면 벌레가 생길까 봐 벽에 걸어둔 꽃들이 바삭하게 말랐다. 이제 버려도 그만인데, 결국 모아 병에 꽂아 두었다.
어쩌면 영원히 정리를 못할지도 모르겠다.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건, 그게 나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클러터코어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 클러터코어(Cluttercore): 물건을 버리지 않고 집을 꽉꽉 채우는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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