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버섯 배지를 샀다. 생각보다 무척 크다. 밤새 물에 담그고 어디에 둘지 고민했다. 크기도 문제지만, 서늘하고 습하고 어두운 곳이 필요하다. 괜히 샀나? 아침이 되어 한층 묵직한 버섯 배지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무척 무겁다. 전기밥솥을 들어내고 버섯 배지를 올린다. 버섯 전용 방이 생겼다. 그런데 너무 밝다. 과연 이게 자랄까? 하루 먼저 버섯 배지를 주문한 이웃은 벌써 자라고 있다며 자꾸 사진을 보낸다. 넓고 쾌적하고 예쁘기까지 한 공간에서 그의 버섯이 무럭무럭 자란다. 샘난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쓰지 않는 요가매트를 재활용해 버섯 전용 차양을 만들고 물을 줬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고작 7일이다. 그런데 버섯이 주먹만 하게 자랐다. 사실 3일 전부터 이랬다. 볶아 먹고, 구워 먹고, 먹고 또 먹는데 계속 자라고 있다. 심지어 오늘은 병원에 다녀오느라 물도 주지 않았다. 아니, 내가 뭘 키우고 있는 거야! 이미 이웃의 귀여운 버섯을 이긴 지 오래다. 역시 척박한 환경에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버섯답다. 이대로 가다간 이웃의 말대로 ‘잭과 콩나무’처럼 자라고 말 것이다.
이제 마법의 버섯을 손에 쥐었으니 제2의 인생은 버섯 농장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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