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

같은 장소가 완전히 변화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할까?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만에 DMC에 왔다.

매일같이 드나들던 KOFA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걸 알아채는데 한참 걸렸다. 분명 당시 주변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넓은 폐허에 높은 펜스만 둘러있고, 가게 하나,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밥 한 끼, 술 한 잔 하려면 홍대입구까지 달려갔던 그때, 이미 미래의 디스토피아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농담을 던지곤 했다.

현재가 되어버린 미래의 DMC는 활기가 흘러 넘쳤다. 번쩍이는 미디어 전광판과 높다란 방송국들,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 사이에 작디 작았던 나의 시간들은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그때의 DMC는 어디로 간 걸까?
그때 영화를 같이 보던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그때의 난 어디로 간 걸까?

낯선 이곳에서 한참 두리번 거리다, 지금은 그때 없었던 네가 옆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익숙한 네가 있다는 것을.

이제 다시 십 년 뒤 DMC에서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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