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얼마 전 새로 개방한 북악산 탐방로로 향했다. 느긋하게 걷다 보니 입구에서 막혔다. 입장 마감 시간은 세시. 도착한 시간은 세시 삼분.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던 터라 꽤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뒤돌아 정처 없이 걸었다. 부암동 카페거리와 백사실계곡을 넘어 세검정으로 내려왔다.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적당히 포근했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들은 윤기 있게 단단했고, 계곡엔 벌써 하얗게 얼음이 얼고 있었다. 얼음 밑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쳤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았다. 백사실계곡은 백악(북악)의 아름다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란 뜻의 백석동천으로 불린다고 했다. 이름이 퍽 잘 어울렸다. 새 탐방로로 입장하지 못해 다행이었다. 다시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서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도시의 불빛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The lights of the city told me I was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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