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해제


5층에 들어섰다.

기다란 복도 옆으로 똑같이 생긴 녹색 철문이 나란히 있었다. 육중하고 낯선 서늘함에 소름이 돋았다.

두꺼운 철문 안으로 들어서면 비좁은 방에 낡은 침대와 모포 하나, 책상, 그리고 욕조가 있었다.

철문을 마주한 벽에 좁고 창문이 있었는데 정도는 되는 너비이었다. 쪽으로 불투명한 문과 건물 바깥쪽으로 투명한 문이 달린 덧창이었다.

문과 사이 넓은 틈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고, 너머 밖으로 서울 시내가 햇빛을 받아 평화롭게 반짝였다.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뒤로 고문과 공포, 치욕 그리고 의지의 소리가 무수히 서성였다 사라졌다.


이제는 굳게 잠겼던 남영동 대공분실의 문을잠금해제 시간이다.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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