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운동


남산을 올랐다.

마라톤 클럽 사람들이 줄지어 뛰어 내려온다.

빼입은 기능성 운동복에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돋보인다.

성큼성큼 달리던 그들이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간다.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괜히 빨리 걸어본다.


이어 모녀가 걸어 내려온다.

원피스에 레깅스 차림,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가 서로 닮았다.

모녀는 앞서간 마라토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저렇게 뛰면…”


딸이 말을 잘랐다.

죽어!”


그래, 우리는 저렇게 뛰면 굴러갈 거야.”

모녀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다시 원래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오늘도 남산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이미지 맵

    photo/pm5:55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