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올랐다.
마라톤 클럽 사람들이 줄지어 뛰어 내려온다.
잘 빼입은 기능성 운동복에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돋보인다.
성큼성큼 달리던 그들이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간다.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괜히 더 빨리 걸어본다.
이어 세 모녀가 걸어 내려온다.
긴 원피스에 레깅스 차림,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가 서로 닮았다.
세 모녀는 앞서간 마라토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저렇게 뛰면…”
딸이 말을 잘랐다.
“죽어!”
“그래, 우리는 저렇게 뛰면 굴러갈 거야.”
세 모녀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다시 원래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오늘도 남산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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