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날,
서울에서 지금 가장 유명하다는 카페에 다녀왔다.
신문 기사에서 본 것처럼 건물을 빙빙 돌 정도로 줄은 아니었지만,
계단까지 제법 긴 줄이 서 있었다.
커피 맛 좀 보겠다며 모여든 사람들은 젊은이들뿐이 아니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 엄마와 딸, 점심시간에 나온 것 같은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카페에 가득했다.
한껏 멋을 부린, 커피 꽤나 마셔본 젊은이들은 아마 개장 초기 번개처럼 다녀갔을 것이다.
유명하다는 ‘뉴올리언스’을 마셨다.
쓴맛이 전혀 없는 가벼운 커피의 질감은 우유, 설탕과 잘 섞이어
부드럽고 달콤하며 시원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커피는 몇 모금 못 마셨는데,
먼저 온 친구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쳤다.
그들은 일행 합류가 안된다는 규정 때문에 줄을 두번이나 섰다.
커피의 맛과 상관없이 허겁지겁 마시기에는 아쉬운 커피라,
또 남기고 오기에는 아까운 커피라,
얼른 일회용 컵에 옮겨 담아 밖으로 나왔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일회용 컵을 들고 있는데
파란 병이 그려진 투명한 컵이 제법 예뻐 보여 기분이 좋았다.
일회용 컵을 소장품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하니 친구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동의했다.
근처 경양식집에 들어갔다.
그곳에도 파란 병이 그려진 일회용 컵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커피는 밑바닥에 조금씩 밖에 없었다.
우리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돈가스와 카레를 기다리며 커피를 아껴 마셨다.
얼음이 녹아 밍밍해져 원래 맛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구별이 안 갔다.
식사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쳤다. 하지만, 추워서 갈 곳이 다시 카페 밖에 없었다.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다.
커피를 시키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파란 병이 그려진 일회용 컵을 식당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꽤 많은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에서 파란 빨대를 발견했다.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오며 하나 챙겨온 빨대였다.
이것도 기념품이라고 반가웠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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