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랏을 떠난다. 어디를 둘러봐도 꽃과 호텔, 카페가 즐비한 휴양도시. 적당한 날씨와 적당한 접객, 적당한 볼거리와 적당히 느슨한 분위기가 정말 적당한 곳이다. 그런데 적당히 잘 놀다 가면서, 아무래도 여행은 불편하더라도 적당하지 못한 게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리핑 버스를 탔다. 한가로이 누워 끝없이 반복되는 초록을 바라보다 그동안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닌데, 여행마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여기고 있었나 보다. 불현듯 한 번씩 마감할 일들이 떠오르지만 부러 느슨한 마음을 가져본다. 나의 여행은 일상을 멈추는 일이고, 그 여행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냐짱으로 왔다. 적당함이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간판에 한국어가 있고, 몇 마디일지라도 모두 한국어를 구사한다. 식당에는 한국인 손님이 가득 찼고, 음식은 향채가 쏙 빠진 한국의 맛이다. 과일가게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과일만 골라 진열되어 있고, 요청하지 않아도 알맞게 손질해 준다. 적당함을 넘어 과하게 편하다. 일상을 멈추고 싶었는데,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이곳에서 강제로 일상에 진입한 기분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베트남은 어떻게 기억될까?
Nha Trang Travel 6. Da Lat + Nha T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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